[가을우체국] 실미도에 얽힌 전설... (04.1.31)

신정 연휴가 좀 지났을 무렵에 영화 실미도를 보았더랬지요..
그리고 남은 감정이 있어서 오랜만에 때때로메일로 아는 분들께 새
해 인사를 대신했답니다...

그 때, 가을우체국 거사분들의 새해맞이는 다들 어떠한지에 대한 궁
금증이 불현듯 솟구치더군여...
그러고서도 보름이 지나서야 1월의 마지막날 새벽에 겨우 이곳 우체
국에 걸음하였습니다...
철없는 후배의 늦은 인사를 용서하시길...

시샵 나리께서는 여전히 자유자재의 필봉으로 무협지 뺨치는 봉술을
자랑하고 계시고...
음,,, 봉술 이라 하니 생각나는 장면은 영화 [영웅]에서 칼과 봉으
로 맞서는 결투 장면 뒤로 빗 속에 흘러넘치는 노인네의 거문고 연주
가락이던가...

때때로 메일을 통해 인사드릴 때만 해도 신년이라는 느낌이어서 별
로 쑥스럽지 않았는데... 어느 새 갑신년의 한 달이라는 시간을 흘려
보내고 나니, 나이 마흔줄에 들어서면 세상이 도는 속도가 흐르는 살
과 같다는 선인들의 말씀이 실감날 듯도 합니다...

올해 저의 목표는 "음지를 지양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입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매스컴(?)에도 얼굴을 비치고, 대외적인 강연의뢰
나 초청에도 빼지 말고 나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하고
픈 소망이라면, 잔 재주나마 글쓰기 훈련을 더 하여, 괜찮은 시사칼
럼이나 수필류의 글을 좀 더 정기적으로 써보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기를 꼬박꼬박 적는 것을 올 해 첫 과제로 삼고 있지요...

좌우당간,

오늘 아침 똥뚜깐과 전철깐에서도 어김 없이 좃선일보와 에임엠세
븐, 그라고 메트로를 슬슬 넘기면서 보았더랬습니다...

요즘 신문 보는 재미가 좋거덩요...

우체국짱님이 근무하시는 채널브이가 들어있는 염창동 나이아가라
앞 건물의 맞은편에 있는 동아아파트 정문앞에서 그 넘들이 자전거
공짜라면서 부추기는 시점에 제가 그곳을 통과하지만 않았어도 계속
해서 쭝앙이나 매경을 보고 있었을 터인데...

우연히도 제가 새 자전거를 탐내던 시절에 좃선일보 아해들이 아파
트 앞에서 얼쩡대며 프로모션을 해대는 바람에, 쭝앙 대신 좃선을 보
게 되었답니다.. 벌써 근 일년은 되어가는 것 같군요....

저는 그래도 인터넷 정론지가 필요하다는 믿음으로 프레시안의 연회
비 갱신을 빠뜨리지 않고 하는 편인데, 좃선을 보노라면 그것대로 또
한 세상을 거꾸로 읽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습니
다. 그리고 좃선의 사설을 통해 가진 자들의 위기의식이 얼마나 심각
한지를 역으로 들여다봅니다... 그 재미 느껴보신 분들을 아실 거여
요....

오늘 아침, 아니 어제 아침 사설은 거의 가관이었습니다...

"한나라당 싹수가 노랗다"
는 제목이었는데, 그야말로 니네 노는 꼴들이 하도 답답해서 이제는
훈수 두기도 지쳤다면서ㅡ 아예 나가 돼지라는 포기 선언을 하더군
요...
대안을 찾지 못한 초조감에 거의 자포자기 심정이 되어가는 좃선의
모습을 보는 느낌이 참으로 묘하더군여...

그런 걸 보고 한자성어로 "측은지심"이라 하지요 아마...

그리고 오랜만에 제이피 초대 중정부장 나리께서 영화 실미도의 진실
에 대해서도 생각나는 대로 회고 인터뷰를 하신 모양이든만요...

역시 영화 보고 나서 대충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
까를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데,

극적 효과를 위한 플롯이나 구조는 상당히 잘 짜여졌지만, 어딘지 역
사적 사실과 진실성의 측면에서는 허구가 배여 있는 것 같다는 그 때
의 느낌이 대충 맞아떨어지더군요...

훈련부대장은 자살을 한 것이 아니라, 반란을 일으킨 부대원들에게
찍혀 죽었고, 폭동을 일으키게 된 진짜 원인은 북파 진실을 가리기
위한 권력의 사살 명령 때문이 아니라 혹독한 훈련에 인간성을 말살
시키려 했던 것에 대한 지극히 자연발생적이고 인간적인 복수심의 발
로였다는 것 등등...

영화를 보고 나서도 집사람과 그런 얘기를 나눴더랬습니다... 과연
저랬겠냐고.... 내 짐작엔 분명 극악한 상황 속에서 열이 받을 대로
받은 훈련병들이 스스로 분을 참지 못하고 *새끼들, 니 죽고 나죽자
는 식으로 일어난 사건일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했었더랬지요....

이런 복수심이 일어나는 원리는 실제로 억울하게 빵살이를 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빵살이는 감옥생활을 뜻한다는 것은 우체국 식구들
은 아실 터이지요...만.... 제가 짧은 기간 동안 성동구치소와 서대
문 교도소와 서울구치소와 안양교도소를 둘러가면서 두 번에 걸쳐
한 일 년 정도 겨울 징역을 살아 봤는데, 갇힌 곳에서의 인간이 갖
는 복수심과 자기 절망은 참 극명하게 대비가 됩니다.

한 쪽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저런 씹새끼들 내가 나가기만 하면 모조
리 화이바를 날려버리겠다고(대갈통을 빠개버리겠다)고 벼르는 것이
고(주로 강도, 조폭 등 강력범들이 이런 류에 속하지요), 반면, 주눅
이 들어 빵에서도 별로 큰 소리 못치고 죽어지내거나 욕지거리나 씨
시덕거리며 불쌍하게 시간만 죽이는 경우가 보통 단순절도나 강간미
수, 경범죄... 뭐 그런 류의 잡범들이지요....

그런 교도소 인간들의 속성을 안다면, 그런 강력범들을 모아서 특수
부대를 만든다는 발상은 상당히 위험한 것이거든요... 특히 조폭 계
열의 경우에는 이미 목숨을 내놓고 사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국가가
형을 면제해준다는 따위의 제안에 대해서는 "씨발놈덜 좃빨고 자빠졌
네" 식으로 답변하는 경우가 더 많거덜랑요...

글쎄 살인과 고문이 워낙 판치던 군사정권 시절이었으니 그런 객기
부릴 만한 놈들도 적었을지 모르지만, 그런 친구들에게 형기 면제를
댓가로 사지로 몬다고 과연 없던 애국심이 생겨날까요???

악으로 깡으로 위업을 달성하고 개선한다는 것의 한계가 어디까지인
가에 대해 많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더랬습니다...

암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미도가 잘 된 것은 영화라는 하나의 매체
를 통해서, 사실과의 부합성 여부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묻혀진
역사적 사실을 까발림으로써 그 진실에 연루된 자들로 하여금 진실
이 무엇인지에 대해 반 세기가 지난 지금이나마 비로소 입을 열게 했
다는 점일 겁니다...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미디어가 대중과 만날 때 갖는 사회 변화의 추
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실미도는 허구가 실
제를 움직인 대표작이라는 점에서 음미해볼 만한 작품이라 할 수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전설인지 진실인지, 실미도 얘기는 앞으로도 오래 동안 계속될 것 같
군요...

아 참,

제가 실미도 얘기를 넘 길게 한 것 같은데...
지난 연초에 보낸 인사메일의 주제였기에 부언을 한 것이랍니다.
혹여라도, 제 새해 인사메일을 못 받아보신 분이 계실까 싶어서,
참고삼아 그 글을 밑에 첨부해 놓겠습니다... 안보신 분만 읽어보셔
요...

올해는 종종 들러서 글 남기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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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때때로 | 2004/02/04 09:23 | 지나간 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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